“범행 전 내연녀와 성관계”…아빠 친구의 ‘몹쓸’ 제안 [그해 오늘]

입력시간 | 2025.06.20 00:01 | 강소영 기자 soyoung7@

[이데일리 강소영 기자] 2018년 6월 20일 아빠 친구인 김모씨(당시 51세)에게 아르바이트 소개를 약속받은 여고생이 실종된 가운데 김 씨가 유력 용의자로 떠올랐다.

당시 전남지방경찰청은 “실종된 이모양(당시 16세)과 만나기로 했던 김 씨의 행적을 수사한 결과 상당한 의도와 목적이 있는 것으로 판단돼 용의자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용의자 김 씨는 사망했고, 이 양은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두 사람에겐 어떤 일이 있던 것일까.

(사진=SBS 궁금한 이야기Y 캡처)

이 양은 같은 해 6월 16일 1시 30분쯤 전남 강진 소재의 집을 나섰다가 실종됐다. 당시 이 양은 집을 나서기 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친구들에게 ‘아버지 친구 김 씨가 아르바이트를 소개해 준다고 해 해남군 방면으로 간다’는 메시지를 친구들에게 보냈다. 그리곤 ‘내게 큰 일이 나면 신고해줘’라는 메시지를 남겼다고 한다.

이 양이 집을 나서고 8분 뒤 약속 장소로 추정되는 한 공장 앞에서 발견됐다. 이 공장에는 CCTV가 없어 이 양이 무슨 일을 당했는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나 이날 오후 2시 16분 김 씨의 검정 에쿠스 차량이 공장에서 이동하는 모습이 CCTV에 포착됐다.

정황상 두 사람은 이곳에서 만났던 것으로 추측됐다. 그러다 이 양의 휴대전화는 도암면 한 야산에서 오후 4시 24분쯤 전원이 꺼졌다.

김 씨는 이 양의 집이 있는 성전면에서 도암면으로 20km 정도 이동한 뒤 도암면에서 2시간 30분을 머물렀다. 그리곤 약 3시간 뒤에 자신의 차량을 몰고 군동면 인근 저수지를 거쳐 9시 33분쯤 집으로 돌아온 장면이 포착됐다. 경찰 수사 중 밝혀진 것은 이 양의 휴대전화 동선과 김 씨의 차량 동선이 비슷하다는 점이었다.

실종 당일 이 양의 어머니는 딸이 실종되자 유력 용의자인 김 씨의 집을 찾아갔다. 그런데 김 씨는 오후 11시 8분쯤 이 양의 어머니가 찾아온 것을 알곤 뒷문으로 도망쳤고, 다음날 오전 6시 20분 김 씨가 운영하던 식당 근처 철도 공사장에서 극단적 선택을 한 채 발견됐다.

(사진=채널A 캡처)

사실 김 씨는 이 양의 실종되기 일주일 전 이 양의 학교 근처에서 이 양을 만나 “아르바이트를 시켜주겠다”고 제안하며 “절대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말라”고 당부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양의 친구로부터 전해 들은 내용으로 김 씨를 용의자로 특정할 수 있었다.

결국 이 양은 6월 25일 오후 3시쯤 매봉산에서 알몸인 채로 발견됐다. 눈에 띄는 점은 이 양의 머리가 1cm 정도로 거의 삭발된 채 발견됐다는 것이다.

경찰 조사 결과 김 씨는 사건 이틀 전에 배낭 안에 낫과 전동 이발기를 챙기고 약국에서 10mg짜리 수면제 28알을 구입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도 이 양의 몸 안에서 수면제 성분을 확인했으며, 감정을 통해 김 씨의 차량 트렁크의 낫자루와 이발기에서 이 양의 유전자(DNA)를 찾았다고 밝혔다.

이러한 정황을 토대로 경찰은 6월 16일 오후 김 씨가 자신의 고향인 전남 강진의 매봉산으로 이 양을 데려가 수면제를 먹인 뒤 살해한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은 “사건 당일 김 씨는 귀가하자마자 증거들을 불태워 없애려 했다. 김 씨가 태우고 남은 재에서 이날 이 양이 착용했던 청바지의 단추, 손가방의 금속 고리 등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러한 정황에도 경찰은 이 양의 사망 시간과 장소, 성폭행 여부 등을 정확히 알 수 없었다. 국과수도 “시신의 부패가 심해 외상이 있더라도 사망 원인을 판단하긴 어렵다”는 입장을 보였다.

매봉산에서 발견된 이 양의 시신을 경찰과학수사대 대원들이 구급차로 옮기는 모습. (사진=뉴스1)

결국 김 씨의 범행 동기와 경위, 이동 경로, 살해 수법 등에 대한 의문을 풀지 못한 채 피의자 사망으로 인한 ‘공소권 없음’ 처리되면서 미제로 남고 말았다.

사건을 본 전문가들은 김 씨의 ‘계획 범죄’에 무게를 뒀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는 조선일보에 “김 씨가 이미 마음속에 성범죄를 그려놓은 건 확실하다”며 “이 양을 만날 장소까지 미리 정해놓고 머리 깎는 기계를 가져온 게 그 증거”라고 봤다.

다만 살인은 ‘우발적’이었을 수 있다고 봤다. 김 씨가 이 양을 유인한 것이 성범죄 목적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나온 점도 한 몫 했다. 그는 과거에도 “약초를 캐러 가자”며 산으로 동네 부녀자들을 유인해 성폭행했던 전력이 있었다.

또 김 씨는 범행 당일 이 양을 만나기 2시간 반 전에 내연녀와 아파트 주차장 차 안에서 성관계를 가진 것으로 드러났는데, 당시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범죄에 앞서 욕구를 미리 풀기 위해 내연녀를 만난 것”이라며 “범죄심리학적 측면에서 아동성도착증 소견도 가능하다”고 봤다.

실제 경찰은 “사실 수사 과정에서 김 씨의 성범죄 정황이 드러났지만, 유족과 고인의 명예를 고려해서 수사 결과 발표에서 제외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또한 김 씨가 챙겼던 ‘낫’은 당초 살해 도구로 추정됐으나, 이는 김 씨가 이 양에게 낫을 쥐어주며 산에 올라가기 하기 위한 ‘유인 도구’로 보인다는 소견도 나타냈다.

특히 이 양의 머리를 짧게 깎은 점에 대해선 성도착증과 관련된 것으로 추정됐으나 오 교수는 “머리카락이 짧게 깎인 상태에서 시신이 부패되면 성별 구분이 어렵다. 특히 유가족들이 시신을 한 눈에 식별하기 어렵게 할 목적도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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