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무엇이든 먹어보고 보고해 드립니다. 신제품뿐 아니라 다시 뜨는 제품도 좋습니다. 단순한 리뷰는 지양합니다. 왜 인기고, 왜 출시했는지 궁금증도 풀어 드립니다. 껌부터 고급 식당 스테이크까지 가리지 않고 먹어볼 겁니다. 먹는 것이 있으면 어디든 갑니다. 제 월급을 사용하는 ‘내돈내산’ 후기입니다. <편집자주>

첫맛은 바삭함이었다. 이어지는 해산물 특유의 향은 이 버거가 범상치 않다는 걸 실감케 한다. 통째로 튀겨 넣은 게는 식감이 단단히 살아 있었고 번 사이로 드러나는 모습은 시각적으로도 강한 인상을 남긴다. 오징어 큐브가 들어간 패티와의 조합은 의외로 신선한 조화를 이룬다. 기존의 전형적인 버거와는 전혀 다른 흐름의 맛이다. 이름값에 걸맞은 이색 메뉴이자 완성도도 기대 이상이다.
‘한국형 버거’를 재정의하고 있는 롯데리아가 또 한 번의 실험적 메뉴를 선보였다. 이번에는 소프트쉘크랩 한 마리를 통째로 넣은 ‘크랩 얼라이브 버거’다. 매운맛과 블랙페퍼맛, 두 가지 버전으로 출시됐다. 독특한 구성만큼 맛은 어떨까. 기자는 배달앱(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두 종류 모두 주문해 시식했다. 두 버전 모두 단품 기준 1만 700원, 세트는 1만 3100원으로, 롯데리아 기존 메뉴 중 최고가 수준이다.
소프트쉘크랩은 껍질이 연한 연갑게로 통째로 튀겨내 껍질째 먹을 수 있는 게다. 동남아시아 태국 등지에서는 연갑게 버거가 이미 존재했지만 국내 햄버거 프랜차이즈 업계에서 이를 정식 메뉴로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게 튀김 위에는 특제 소스가 얹히고 그 아래 오징어 큐브가 들어간 해산물 패티가 받치고 있다. 해산물을 중심으로 한 버거라는 점에서 구성이 이질적이지 않게 잘 정돈돼 있다.

바삭한 게 튀김 패티의 풍미가 전반적인 중심을 잡는다. 기존 쌀게 튀김을 반찬이나 간식으로 즐겨 먹었던 이들이라면 충분히 맛있게 먹을수 있다. 여기에 오징어 패티는 쫀득한 식감을 더해준다. 두 패티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감칠맛이 인상적이다. 매운맛은 핫소스가 더해져 신라면 수준의 알싸함이 혀끝을 자극한다. 블랙페퍼맛은 후추 향이 강조된 깔끔한 조합으로 보다 대중적인 맛을 지향한다.
다만 호불호는 갈릴 것 같았다. 평소 게나 갑각류를 즐기지 않는 소비자라면 풍미가 다소 낯설거나 비릿하게 느껴질 수 있다. 통째로 게가 들어 있지만 생각보다 살의 존재감은 약해 게 특유의 맛을 기대한 이라면 다소 아쉬울 수 있다. 게의 크기는 성인 남성 손바닥의 반 정도다. 포스터의 이미지처럼 게 다리가 번 밖으로 드러날 정도의 징그러운 비주얼은 아니다. 실제 제품은 다소 단정한 외형이다.
가격은 일반적인 프랜차이즈 햄버거와 비교하면 높은 편이다. 기존 롯데리아 메뉴 가운데 단품 기준 ‘더블 한우불고기버거’(1만 3800원)에 이어 두 번째로 비싼 메뉴다. 다소 부담스러운 가격이지만, 소프트쉘크랩이라는 고가 원재료와 흔치 않은 구성이라는 점에서 어느 정도 납득 가능한 수준이다. 매일 찾을 메뉴는 아니지만, 색다른 미식 경험을 원하는 소비자라면 한 번쯤 시도해볼 만한 제품이다.

롯데리아는 이번에도 전통적인 패스트푸드 공식을 벗어난 시도를 이어갔다. 우엉버거, 오징어버거, 라이스버거, 왕돈까스버거 등 개성 있는 메뉴들을 꾸준히 선보이며 ‘무엇이든 시도하는 브랜드’라는 인식을 쌓아왔다. 크랩 얼라이브 버거 역시 그 연장선에 있는 제품이다. 화제성을 넘어 장기적으로 브랜드의 실험 정신을 상징할 수 있는 제품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열려 있다.
크랩 얼라이브 버거 역시 바이럴을 중심으로 확산을 노린 전략적 제품이다. 단지 주목을 끌기 위한 기획이 아니라 패티의 이중 구성, 특제 소스 조합 등 제품 구성과 조리 방식에서도 기존 메뉴와는 다른 완성도를 보여준다. 개성 강한 콘셉트를 현실화해내는 기획력과 실행력은 롯데리아만의 시그니처로 작용하고 있다. 이런 누적된 실험은 브랜드의 팬층을 강화하는 동력으로 이어진다.
이처럼 독특한 메뉴는 단순한 한 끼를 넘어, 소비자에게 기억에 남는 ‘경험’으로 작용한다. 이제는 패스트푸드도 브랜드 철학과 소비자 경험을 함께 설계하는 미식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 롯데리아는 그 변화의 흐름 속에서 꾸준히 자신만의 방향을 만들어가는 중이다. 반복된 도전 끝에 소비자들은 ‘다음엔 또 어떤 메뉴가 나올까’ 하는 궁금증을 자연스럽게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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