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순원 김경은 기자] 전통적인 지급결제 관리업무는 중앙은행의 역할이다. 금융기관이 결제를 제때 이행하지 않으면 금융 시스템이 마비된다. 발권력을 가진 중앙은행이 뒤에 버티면 이런 일을 막을 수 있어 중앙은행이 지급·결제 업무를 맡아왔다.
최근 핀테크 기업을 포함한 비금융기관의 지급결제시장 진입이 가속화면서 환경변화가 급속하게 진행 중이다. 금융거래가 전통적인 은행 거래에서 핀테크 기업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자연스럽게 디지털 금융거래 리스크의 관리 필요성이 떠오르면서 각국은 자신들의 상황에 맞춰 변화를 도모하고 있다.
미국과 영국, 유럽연합(EU), 캐나다, 호주, 일본 등은 자금결제업무에 관한 책무와 지급결제 시스템 전반에 대한 감시 권한을 중앙은행법 또는 별도의 법률로 명시하고 있다. 영국은 중앙은행에 가장 강력한 권한을 부여했다. 영란은행법과 별도 법규 등을 통해 영란은행에 미시감독권, 지시명령, 제재권 등 각종 규제 권한을 주고 핀테크·빅테크 기업의 지급결제 참여에 대응하고 있다.
호주, 캐나다 등과 같은 나라는 다양한 이해당사자를 포괄하는 협의기구를 통해 지급결제 발전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급변하는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서다. 중앙은행이 관리감독을 하면서도 시장의 의견을 반영하는 상대적으로 느슨한 감독 권한을 행사하는 셈이다.
반면 중국은 2018년 온라인 지급청산기관인 ‘왕롄(Nets-Union)’을 도입했다. 알리페이 같은 빅테크의 자체 청산에 따른 리스크 관리와 불투명성 해소를 위해서다. 자금세탁 방지가 주목적이다. 왕롄은 중국 인민은행이 주도해 민간과 함께 설립했고, 인민은행의 감독을 받고 있다.
하지만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나 인민은행은 우리나라 한은과 달리 은행감독권이 있다. 감시권만 있는 한은과 수평적으로 비교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한은은 1998년 이후 은행감독기능을 금융감독위원회에 넘겼고 2011년 이후 제한적 공동 조사권만 보유하고 있다. 한은은 지급결제 영역에서도 감독 대신 감시(Oversee)만 할 수 있다.
김상봉 한성대 교수는 “업무영역으로만 보면 한은이 핀테크의 지급결제 청산을 담당하는 게 맞지만 핀테크의 육성을 맡은 금융위 역시 감독 역할이 있다”며 “우리 금융상황에 맞는 해법을 만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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