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디지털이 금융의 ‘배타성’과 만나면 차별이 공고화될 수 있다. 그래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고민하는 게 중요하다.”
피유시 굽다 DBS그룹 최고경영자(CEO)는 9일 세계경제연구원과 KB금융그룹이 ‘2020 ESG 글로벌 서밋:복원력 강한 경제와 지속 가능한 금융의 길’의 세 번째 세션 ‘금융서비스 산업의 포스트 코로나 아젠다’에 참여해 이같이 밝혔다.
그는 금융서비스의 가장 기본적인 성격이 ‘배타성’에 있다고 지적했다. 만일 대출을 해준다면 현금흐름과 재무제표를 분석해 상환 능력이 있는지 평가하고 상환할 수 있는 사람들만 선택해 돈을 빌려주는 곳이 은행이란 얘기다. 하지만 이것을 IT의 알고리즘으로 만드는 순간 문제가 될 수 있다.
굽타 CEO는 “만일 은행이 리스크를 분석해서 성별이나 인종, 거주지역 등으로 대출을 선별하자고 하자. 금융서비스의 배타성을 내세워 알고리즘화 한다면 이것은 과연 우리가 추구해야 할 맞는가”라면서 지적했다.
이어 “보험만 해도, 만일 인공지능을 통해 리스크가 가입자 누구에게 있는지 파악한다고 생각해보자. 염기서열이나 DNA 등을 분석해 아플 수 있는 사람을 가려낸다고 하면 보험산업은 근본적으로 무너진다”라면서 “우리는 정보를 알면 알수록 좋다고 생각하지만 많은 정보들이 금융의 ‘배타성’과 만나면 문제가 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굽타 CEO는 이를 해결하는 키로 ESG에 주목한다. 디지털과 금융이 만나는 가운데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ESG, 특히 S(Society)를 통해 답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결국 우리에겐 중심을 잡을 만한 사회과학의 근본이 있어야 한다”라면서 “결국 ESG는 금융에 어떻게 리스크를 관리해야 하는 지 알려주는 하나의 유형이 될 수 있다”라고 기대했다.
치보 탕 알리바바 홍콩 투자펀드 헤드는 핀테크 업체들이 금융서비스의 배타성을 낮추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는 만큼, 알고리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낙관했다. 그는 “과거 여신업체나 계리사를 보면 선별과정을 거쳐 일부에게만 은행 서비스를 제공했지만 지금 핀테크는 기존 금융체계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어떻게 포용할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탕 헤드는 최근 알리바바가 투자한 한 핀테크 보험사에서 애완동물 보험을 내놓은 점을 예로 들었다. 보통의 보험사에서 제공하는 반려동물 보험은 만 8세 이하의 어린 동물로 국한하지만, 최근 핀테크 기업들은 동물의 나이와 상관없이 가입을 받으며 기존 금융에서 소외됐던 서비스로 눈을 돌려 포용력을 늘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홍콩 상장지수펀드(ETF) 운용사인 프리미아파트너스의 레베카 추아 매니저는 “일종의 윤리나 가치문제로 표현할 수 있겠다. 기술의 장점만큼, 단점이 있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면서 “기업에 투자를 할 때 수익을 추구하는 전통적인 투자자의 시각도 중요하지만 대중적인 시각에 맞춰 ESG가 하나의 투자 구성요소가 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만 ESG의 수익률 등 투자 유망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고민해야 한다는 게 추아 매니저의 지적이다.
좌장을 맡은 헤니 센더 파이낸셜타임스 수석 컬럼니스트는 “이 토론 중 일부를 진행할 때만 해도 조 바이든 대통령의 당선이 확정되지 않았지만 현재는 미국 대선의 결과가 분명히 나타났다”면서 “이제 ESG를 더욱 낙관적으로 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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