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수료 문턱 낮아진 오픈뱅킹‥무한경쟁 시작된다

입력시간 | 2020.12.14 15:13 | 김인경 기자 5tool@

[이데일리 김인경 기자] 출범 1년을 맞은 오픈뱅킹이 무한경쟁 체제로 돌입한다. 오픈뱅킹 조회 수수료가 지금보다 3분의 1 수준으로 낮아지기 때문이다. 핀테크 업체 입장에선 오픈뱅킹에 접근하는 비용 부담이 줄어든다.

또 계좌가 없다는 이유로 오픈뱅킹에서 배제됐던 카드사 등에 대해서도 오픈뱅킹 망을 이용할 수 있도록 문을 열어주기로 했다. 금융권의 오픈뱅킹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조회수수료 3분의 1로 인하…핀테크 “더 줄여야”

14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금융결제원은 최근 이사회를 열고 오픈뱅킹 조회 수수료 인하 폭을 현재의 3분의 1수준으로 최종 확정했다. 수수료 인하 시행는 내년 1월 1일부터다.

오픈뱅킹은 은행이나 핀테크사의 앱 하나만으로 다른 금융기관 계좌를 조회하고 송금할 수 있는 서비스다. 지난해 12월 시중은행과 토스, 뱅크샐러드, 핀크 등이 시작했다.

그간의 문제는 조회수수료였다. 오픈뱅킹을 사용하는 소비자들은 별도의 수수료를 내지 않고 편리하게 이용하지만, 정보를 주고받는 금융사와 핀테크 업체는 물밑에서 건건이 조회수수료 정산을 했다. △잔액 조회는 10원 △거래 내역 조회는 30원 △계좌 실명·송금인 정보 조회는 50원을 냈다. 이 비용이 내년 1월부터 각각 3원, 10원, 15원 수준으로 낮아지게 된다.

소비자 계좌를 많이 보유한 은행들의 경우 주로 조회 수수료를 받는 입장이었다. 수수료가 낮아지면 벌어들이는 수수료 수입이 줄어든다. 반면 가계부 관리 등 자산관리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핀테크 업체들은 고스란히 수수료를 내는 입장이었다. 그간 수수료 부담이 컸다. 조회 수수료가 내려가면 핀테크업의 비용이 낮아진다.

그간 핀테크업체는 오픈뱅킹 망을 이용하는 대신 ‘스크래핑(은행 등 금융기관이 동의를 통해 단순 정보를 긁어오는 기술)’ 방식으로 우회했다. 하지만 스크래핑은 정보를 제공하는 금융기관이 제공을 거부할 수 있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크다. 내년부터 조회 수수료가 인하되면 핀테크 업체들은 스크래핑 대신 안정적인 오픈뱅킹 망을 지금보다 저렴한 수수료를 내고 이용할 수 있다.

다만 핀테크업계는 조회 수수료가 더 낮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오픈뱅킹 도입으로 송금 수수료가 건당 400~500원 수준에서 10분의 1로 낮아진 만큼, 오픈뱅킹 조회 수수료도 10분의 1 수준으로 인하돼야 한다는 것이다. 핀테크 업계 관계자는 “잔액조회는 자산관리나 소비 관리 등을 위해 수시로 이뤄지는 행위”라며 “비용 발생의 부담은 결국 소비자가 져야 하는 만큼, 장기적으로 추가 인하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오픈뱅킹 조회수수료 인하 방안

◇카드사 참여 확정, 다음 주부턴 제2금융권도…‘무한경쟁 시대’

또 금융결제원은 카드사들의 오픈뱅킹 참여도 확정했다. 당초 규정엔 오픈뱅킹을 이용할 수 있는 금융기관은 계좌가 있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때문에 여신 기능만 있고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들은 오픈뱅킹에서 제외됐다. 하지만 금융결제원이 ‘정보제공기관’도 오픈뱅킹을 이용할 수 있도록 추가하면서 카드업체도 소비자의 카드 결제 대금 등의 정보를 제공하는 조건으로 내년 4월께부터 오픈뱅킹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카드사들은 이번 주까지 오픈뱅킹 참여 신청서를 당국에 제출할 계획이다. 금융당국은 늦어도 내년 2월 초까지 오픈뱅킹 망 사용을 위해 카드사들이 내야 할 특별참가분담금 기준 등을 사원 은행들과 협의해 금융결제원 총회에서 확정할 예정이다. 보통 오픈뱅킹에 참여하는 은행들은 각 은행 보유 계좌 수와 계좌 잔액 총액에 비례해 분담금을 내지만 카드업계는 수신기능(계좌)이 없어 새로운 기준이 필요하다.

은행보다 금리가 높은 예·적금상품을 다수 보유한 저축은행 역시 4월에 오픈뱅킹에 참여할 예정이다. 현재 저축은행들은 오픈뱅킹에 앞서 모바일 앱 등 디지털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증권사와 농협과 수협, 신협, 산림조합 등 협동조합과 새마을금고, 우정사업본부 등도 이달 22일부터 오픈뱅킹에 참여한다. 증권사가 오픈뱅킹에 뛰어들면, 부족한 주식 예수금을 바로 다른 은행 계좌에서 끌어오는 등의 금융 서비스가 가능해 진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그동안의 오픈뱅킹이 맛보기였다면 앞으로는 모든 금융권과 핀테크 업체들이 다 뛰어드는 무한경쟁이 될 것”이라면서 “후발주자들이 고객을 끌어모으기 위해 이벤트를 펼치는 등 고객 쟁탈전이 더 치열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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