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스타in 김보영 기자] 영화 ‘소주전쟁’으로 처음 한국 영화에 출연한 홍콩계 미국인 할리우드 스타 바이런 만이 처음 이 작품 제안을 받고 느꼈던 심경과 결국 출연까지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바이런 만은 영화 ‘소주전쟁’이 개봉한 30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소주전쟁’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소주 회사가 곧 인생인 재무이사 종록과 오로지 성과만 추구하는 글로벌 투자사 직원 인범이 대한민국 국민 소주의 운명을 걸고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다.
우리나라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친숙한 ‘소주’란 소재와 IMF란 시대의 아픔, 향수를 적절히 활용한 스토리로 예비 관객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바이런 만은 ‘소주전쟁’에서 주인공 인범(이제훈 분)의 상사인 글로벌 투자사 솔퀸의 홍콩 본부장 ‘고든’ 역을 맡아 야심 가득하면서도 이익 앞에서 어떤 행동도 서슴지 않는 냉철한 열연을 펼쳤다. 바이런 만의 한국 영화 출연은 ‘소주전쟁’이 처음이다. 바이런 만은 홍콩계 미국인 배우로 영화 ‘빅쇼트’ 등 굵직한 작품에서 신스틸러로 많은 활약을 펼쳐왔다.
바이런 만은 처음 이 작품 캐스팅 제안을 받게 된 과정을 묻자 “2023년, 2월~3월쯤. 내 매니저가 이메일로 캐스팅 제안을 받았다며 읽어주더라. 3개월 정도 한국에 체류하며 촬영을 해야 한다는 요청이라 하더라. 처음엔 그 한국 제작사가 실수한 줄 알았다”라며 “나는 한국어를 할 줄 모르고 한국 사람이 아닌 것도 이들은 알테고, 한국 영화에도 나온 적이 없어서 어떻게 이런 일이 생겼지 싶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스토리를 통해 중국계 미국인 역할을 맡을 것이란 걸 알게 됐고, 대본을 다 읽고 난 뒤 흥미가 생겼다”라며 “사실 오래 연기 활동을 하다 보면 영화 선택 기준이 점점 더 까다로워진다. 연기가 내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영역이라 나쁜 영화에 출연 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 영화는 이미 지금 전 세계 최고 중 하나라는 걸 부정할 수가 없기에 더욱 출연하기로 마음 먹었다”고 떠올렸다.
이어 “사실 영화 출연 결심했을 때까지만 해도 유해진, 이제훈 등이 한국에서 어떤 위상을 가진 배우인지 잘 몰랐다. 그런데 오히려 그게 더 좋았다고 할 수 있는 게 그 덕분에 더 평등한 동료로서 이들에게 접근이 가능했다”며 “시나리오 읽고 영화가 마음에 들어서 제작사와 대본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한국 영화에 대한 인상도 밝혔다. 그는 “한국 영화에 대한 기억으로는 ‘기생충’을 미국 개봉 전 봉준호 감독님이 계실 때 홍보차 시사로 미리 본 적이 있다. 그걸 봤을 때 작품이 워낙 좋아서 아카데미 탈 거 같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더 큰 상들도 많이 받았다. 그 외 다른 한국 작품도 봤었는데 유독 ‘기생충’에 대한 기억이 많이 남아있다. 한국 영화는 어떤 벽에도 구애받지 않고 장르를 독창적으로 구축할 수 있구나 깨달았다”고 회고했다.
한국의 현장을 경험하며 느낀 인상적인 점도 털어놨다. 그는 “사실 배우들의 연기 스타일은 할리우드와 한국 배우가 큰 차이는 없는 것 같지만, 인상적이었던 게 한국 영화계가 어찌보면 할리우드 보다 더 높은 기준으로 배우들의 이미지, 인상 형성에 기울이고 있다는 걸 느꼈다”라고 전했다. 또 “특히 촬영 현장이 스토리보드 내용을 정확히 준수하는 게 인상깊었다. 그래서 왜 이렇게 하냐도 여쭤봤는데 그렇게 하면 어떤 신을 어떻게 찍을지 미리 알 수 있어서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 덧붙였다.
이 영화에 참여하며 1997년 한국의 IMF 사태에 대한 시대적 배경 지식도 알아가게 됐다고. 바이런 만은 “영화 촬영 전에는 그 당시 한국의 IMF 사태에 대해 특별히 알진 못했다. 그래서 그 시절이 어땠나 많이 자료를 읽기도 하면서 조사를 거쳤다”라며 “사실 그런 일이 많은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이지 않나, 정부나 기업이 위기를 겪고 그런 일은 미국에서도 일어나는 일인데 한국에선 영화 속 모티브가 된 실제 사건이 굉장히 특정적으로 기억에 남았던 사건이었음을 깨닫게 됐다. 이를 통해 사람들이 많이 성장했고, 이를 통해 지금처럼 강력한 위상을 지닌 국가 중 한 곳으로 탈바꿈이 가능했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밝혔다.
한편 ‘소주전쟁’은 30일 오늘 개봉해 상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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